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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實事求是)는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은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제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경제(經濟)’라는 말이 나왔다. 이 경제도 개인의 자유와 실사구시 정신을 그 바탕으로 한다. 실사구시의 과학적 학문 태도는 ‘실학(實學)’이라는 학파를 낳았다. 조선 후기의 실학파들은 당시 지배계급의 형이상학적인 공리공론을 배격하고 이 땅에 실사구시를 꽃피웠다.
박정희 대통령이 임기 초반 3년 동안 경제기획원장관을 7명이나 바꾼 사연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5.16혁명 공약 제4조에서 ‘민생고 해결’과 ‘자주경제 재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폐쇄적 민족경제’라는 초기 정책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경제기획원장관을 아무리 바꿔도 해결이 안 된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1964년 민족경제론에서 퇴각한 후 ‘수출 주도형 공업화 정책’으로 경제노선을 바꾸었고, 시장 자유화를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박 대통령은 먼저 사농공상 서열의 폐습을 깨고 우리 국민 속에 잠재된 실용과 근면, 창조와 자립정신을 일깨웠다. 이후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대표이사로 과학기술자를 우대하고, 기업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실질을 숭상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했다. 이런 것들이 모여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이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결단은 유연한 사고와 정책전환 조언을 수용한 포용적 통치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그 바탕이 바로 사대주의, 위선적 명분론, 당파성과 같은 봉건적 잔재를 일소한 ‘실사구시 정신’이다.
혼군(昏君)이 나타나면 현인(賢人)들이 다 숨어버리지만, 명군(名君)이 나타나면 천하의 인재가 우후죽순처럼 출현하는 법이다. 박정희 시대에 이병철·정주영·박태준 같은 불세출의 기업인들 서사(敍事)가 그러한 예다.
이런 실사구시의 박정희정신은 해외로 수출됐고, 세계의 역대 지도자들도 적극 받아들였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개방을 시행하면서 박정희의 ‘기업주도성장’ 정책을 배워 ‘선부론(先富論, 부를 쌓는 자를 우대)’을 앞세우고, 기업주도 산업혁명을 이뤄냈다. 또한 후진타오 주석도 “나는 새마을운동을 많이 연구했다. 상당수 중국 국민이 박정희를 존경한다”고 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실사구시’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김 대통령은 실사구시로 일본 문제를 풀고 ‘동맹 지렛대’로 한·미 관계를 다졌으며, 노 대통령도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사구시로 한·미 FTA를 결단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 기업가 정신은 위축됐으며, 실사구시 풍토는 무너졌다.
한국경제의 저성장과 분배악화 현상은 박정희식 ‘정치의 경제화’ 전략을 포기하고 지난 30여 년간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경제를 정치화하여 성과와 수월성을 무시하는 ‘경제평등주의 정책’을 채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위기의 대한민국이 다시 번영하기 위해서는 실사구시의 정 반대편에 있는 ‘이념형 공리공론(空理空論)’을 청산하고 박정희의 ‘실사구시 리더십’을 되살려야 한다. 번영의 역사를 버린 국민은 다시 번영할 수 없는 법이다.
‘보수정치’가 절체절명의 위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운영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으나, 여소야대 상황 속에 낮은 지지율로 ‘4대개혁 과제’ 등이 한계에 봉착해 있다. 국정을 뒷받침하고 ‘새로운 보수’를 재건하여 보수정치의 궤멸을 막아야 하는 막중한 소임이 집권당의 대표에게 부과된 역할이다.
지난 10월 30일 취임 100일을 맞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변화와 쇄신’ 변죽만 울렸고, ‘말만 앞섰다’로 압축된다. 임기가 반이나 남은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여 ‘보수를 분열’하고, ‘김건희 여사 편중’의 할 말을 한 것만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했다 할 수 없다.
나라 안팎이 경제, 안보 현안들로 위중하게 굴러가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와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 있다.
한 대표는 당 내분을 수습할 책임이 있지만, ‘가족 작성 여부를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의혹 방치)’을 분명히 하여 ‘리더십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한 대표는 당원 게시판 사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하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선주자에서 소리 없이 사라진 김무성이나, 배신자 유승민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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