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형제봉 아래 단아한 한옥들이 들어선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한옥과 어우러진 돌담에 겨울햇살이 내려 앉았습니다. 스산한 계절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나무들에 쌓인 채 단아하게 자리한 고택이 있습니다. 영조 때 낙안군수 류이주 선생이 지은 ‘운조루’입니다. 운조루는 조선왕조 양반가옥의 모습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 7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완공될 만큼 그 규모가 매우 웅장합니다. 운조루의 후미진 곳간 채에는 커다란 쌀뒤주가 있습니다. 어른 팔로 한 아름 되는 둘레에, 1미터가 넘는 높이의 쌀독은 일명 ‘타인능해’로 유명합니다. 누구나 쌀 뒤주를 열 수 있다라는 의미로 주민들이 뒤주에 담긴 쌀을 퍼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운조루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베푼 쌀은 한 해 수확량의 20%가 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쌀뒤주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대문의 문턱도 없앴습니다. 운조루에는 나지막한 굴뚝이 있습니다. 굴뚝이 채 1m가 되지 않습니다. 낮은 굴뚝은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매캐했을 테지만, 배고픈 시절 가난한 이웃들에게 부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서럽게 여겨지지는 않을까 스스로 조심하고 배려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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