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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에서 의미있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동안 '돈 먹는 하마'로 불려지던 제2순환도로 1구간의 민간투자자 쪽에 '자본구조를 원상회복 하라'는 광주광역시의 행정처분은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광주지법에 이어 광주고법이 또 한번 광주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아닌가 싶다. 내가 이 판결 결과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 문제가 제기될 당시 광주시 도로과장으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대한 판결 결과를 숨죽이며 지켜봐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제2순환 1구간 민자도로에 대한 혈세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2010년 7월1일 강운태 시장이 민선5기 광주광역시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강운태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제2순환도로 민자도로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며 T/F팀을 구성해 강력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이 민자도로가 '돈 먹는 하마'로 불려진 것도 이 때였다.
강 시장님의 지시에 따라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직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우선 세무ㆍ회계ㆍ법률 등 전문가들로 T/F팀을 구성해 협약서 등에 대한 법률 검토와 함께 MRG(최소운영수입보장)완화 협상을 동시에 진행했다.
하지만 민간투자법을 만든 부처의 비협조,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전문가 태부족 등으로 시간만 허비한 채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관련된 전문 변호사도 찾기 힘들었다. 맥쿼리 인프라 관련 타지역 시ㆍ도와 공동협의체 구성도 추진해 봤으나 투자운영사의 협조없이는 어렵다며 소극적으로 나와 무산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당시 사업계획 수립에 참여한 전문가를 찾아나서 상담을 벌였다. 그는 선진금융기법을 활용하여 금융후진국에서 써먹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하며 많은 도움을 줬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게 됐던 것이다. 4년전 일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퇴직을 했고, 도로 관리담담이었던 직원도 올 1월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등 제2순환도로 관련 담당 공무원들이 바뀌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미안한 감이 든다. 당시 연말까지 결판내야 한다는 강력한 주문도 있었지만 정말 밤낮 가리지 않고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그 자리를 떠난 뒤에도 후배 공직자들이 올곧게 이 문제를 하나 하나 정리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창조행정과 뚝심행정이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게 됐다.
맥쿼리 회사와 광주시의 행정처분의 내용에 대해 말하자면 이렇다. 민간투자자인 맥쿼리는 호주 금융회사다. 거대 자본가로 알려진 이 회사는 광주순환도로투자(주)를 통해 2003년부터 제2순환도로를 운영하면서 자기자본비율을 29%(543억원)에서 6.93%(130억원)로 축소하고 타인자본 이자율을 10~20% 올렸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 자본구조 왜곡을 통해 2012년까지 1393억원을 챙겼다. 따라서 광주시는 이 회사의 자본구조를 2000년 12월 당시로 원상회복토록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맥쿼리는 이같은 행정명령에 불복해 행정심판에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광주고법은 지방법원에 이어 광주시의 행정명령은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맥쿼리가 90일 이내에 정당한 사유없이 자본구조를 원상회복하지 않을 경우 광주시는 사업자를 취소할 수 있게 된다. 관리운영권 매입의 단초를 마련한 셈이다.
광주지역 시민ㆍ사회단체들이 광주시의 제2순환도로 승소 판결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선것도 이런 이유가 아닌가 보여진다. 하지만 자본구조 왜곡을 통해 시민혈세 낭비를 증폭시킨 맥쿼리측은 이번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관리운영권 매각에도 소극적이어서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맥쿼리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고, 관리운영권 매입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그런만큼 긴장의 끝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나는 이번 판결로 창조행정과 뚝심행정이 뭔지를 알게 됐다. 또 시민들의 참여 행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오늘 따라 당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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