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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한 대학생이 학교게시판에 청년들의 자성과 사회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의 ‘하수상한 시절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고, 이는 잠자는 영혼을 깨우듯 사회에 큰 울림이 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국가란 국민입니다!’를 격정적으로 외친 영화 ‘변호인’이 상영되었는데, 이는 안녕하지 못한 수많은 관객의 가슴을 울리며 오늘의 아픈 현실과 공감하게 하였고, 1000만 관객의 신화를 만들었다.
2014년 지금의 우리는 안녕한가? 위 헌법조항처럼 ‘내가 이 나라의 주권자이고 이 나라의 권력이 나로부터 나온다’라고 자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안녕하지 못한 답답한 오늘의 현실 속에서 주인이 아니라 두렵거나 무시당한다고 느끼지 않으면 다행인 세상인 듯하다. 또한 위 헌법조항을 헤아린다면 국민은 압박의 대상이 아니라 하늘과 같이 섬김을 받아야 할 것인데 과연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주인인 국민에게 닥치는 부당한 공권력이나 사회제도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2013년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된 ‘갑·을 관계’ 논란 역시 소수 지배자 ‘갑’의 불공정·불평등에 기반한 독점과 특권, 횡포와 거기에 치이면서 살 수밖에 없는 다수 피지배자 ‘을’의 처지가 너무나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갑’과 ‘을’이 선명하게 구분되는 나라를 어떻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고려대생 주진우 군의 ‘안녕들 하십니까’란 첫 대자보는 거리에서, 고교의 담벼락에서, 페이스북에서, 트위터에서, 카카오톡에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등에서 ‘안녕하지 못한’ 하소연을 쏟아 놓게 하였고, 이는 사회문제에 외면하던 사람들에게 타인의 안녕도 생각하게 하는 외침이 되었으며 관심을 공유하게 하였다.
필자는 법학을 전공한 비정규교수로서 아내, 각 대학원과 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들과 함께 영화 ‘변호인’을 보았다. 영화는 5공화국의 대표적 용공 조작 사건인 ‘부림’ 사건을 소재로 한다. 판사를 거쳐 잘나가던 고졸 출신의 세무 전문 변호사가 시국 사건을 변호하면서 불합리한 사회 현실에 눈뜨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우리 가족은 영화를 보고난 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일치된 결론은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적 공권력의 단면에 대한 성찰과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정의로움에 대한 자각이 있었고, 반드시 정의를 세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어떤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애써 외면하며 눈감고 모른 척하고 살아왔던 부끄러운 자화상을 통하여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자는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필자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대사는 돼지국밥집 주인인 김영애가 어머니로서의 힘겨운 고통 속에서 간절함으로 절규하는 ‘변호사님아, 변호사님아, 니 내쫌 도와도…’라는 목소리였다. 이는 안녕하지 못한 시대에 이 사회의 곳곳에서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외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절규처럼 다가오는 것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판사가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부산지역 변호사 142명 중 99명의 변호인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부르는 장면에서 정의는 결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볼 수 있어서 감동을 준다.
우리는 아직도 이 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시대의 변호인’을 갈망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대의 변호인은 단순한 의미의 변호사만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분노와 절망의 힘든 처지의 극한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빛을 줄 수 있는 위치의 사람과 기관으로서 대통령과 청와대,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포함한 국회와 지방의회, 사법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행정부, 언론, 시민단체 등의 제 사회단체 등을 망라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동서 지역격차의 확대, 빈부격차의 확대와 사회복지 사각지대, 빚으로 시작하는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의 악순환과 청년실업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드러나는 위와 같은 제 문제와 현상에 대해, 만약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여긴다면 이 시대의 변호인들은 이러한 현실을 방임해서는 안 된다.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국민이 권력을 두려워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작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 권력에서 소외된 상태에 대해 국민 모두가 활짝 웃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변호인’은 누가 있을까? 어디서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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