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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에서 사고해역을 향해 애끊는 심정으로 기도한 보람도 없이, 차디찬 바다 속에서 찾아낸 자식의 시신을 안고 망연자실한 부모들의 모습을 차마 맨 정신으로는 볼 수가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유족들의 한 맺힌 절규에 도저히 잠들 수가 없는 밤이다. 온 국민이 슬픔에 휩싸여 있는 지금 죄인처럼 마음이 무겁다. 내 자식이 언제 어디서 안전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가슴 한 편에 배어든다.
사실상 세월호의 비극은 예고된 인재였다. 바로 눈앞에서 다 키운 청춘남녀들을 수중 고혼으로 만들다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왜 그랬을까. 그 많은 어른 중에, 한 사람이라도 학생들한테 구명동의를 입혀 선실 밖 갑판에서 대기시켰다가 배가 침몰할 때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외쳤더라면, 인근 민간인 배들에 의해 구조되어 이처럼 끔찍한 대형 참사는 막았을 것이다. 애지중지 기른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을 죽게 한 무능한 뱃사람들은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그 누군들 유족들의 심경을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 당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다. 부모들은 죽는 날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자식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한다. 이처럼 잔인한 4월의 슬픈 무게에 분노와 고통을 넘어 어딘가에 화풀이하고 싶은 감정도 생겨 날 것이다.
우리 국민은 환난상휼의 전통정신으로 유족과 함께 슬픔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선주 유 씨는 수천억대의 재산가임에도 선원들 처우에는 인색했다. 그는 70살 노인을 1년 계약직 선장으로 채용했다. 사고 당시 선장은 위기의식도 없었고 제대로 상황판단을 못했으며, 탑승객 보호의무도 포기한 채 가장 먼저 탈출했다. 15명의 선원도 마찬가지였다. 선장만 제대로 조치를 했더라면 이처럼 많은 희생자가 절대로 생길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원통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안전사고가 2년도 안 돼 세 번째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태안 해병대훈련 사설캠프사고와 올 초 대학생 경주리조트 붕괴사고에 이어 이번엔 단원고생 수학여행사고다. 아무리 큰 사고가 있었어도 몇 달만 지나면 언제 그런 불행이 있었는지, 까마득하게 집단망각을 하게 된다.
해경도 화를 키웠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신고를 받고도 느슨하게 초기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해난사고에는 완급, 경중, 선후를 잘 판단해 순발력 있게 처리해야 피해를 줄일 수가 있지 않겠는가. 이번 참사에 노력한 보람도 없이 질책을 받는 걸 보면 안타깝다.
이 와중에도 희생자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벌어졌다. 몇몇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보면서 그들에게 제정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보수논객 지만원의 글을 보면 등골이 서늘하다. 그가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시스템클럽’에 올린 궤변수준의 글 내용은 이렇다.
“시체 장사를, 한두 번 당해봤는가” “제 2의 광주폭동이, 반드시 일어난다.”며 “대통령은 단단히 대비하라”고 조언까지 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가 궤변전문가 인지, 사이비 안보전문가 인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
이런 망측한 자와 이 땅에서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 되레 정부를 욕되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안보에 조금도 도움이 안 된다. 누구든 애족정신이 없는 자가 애국심이 있는 건 위선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도 심심한 위로말씀을 전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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