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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당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은 1925년 3월28일부터 50여 일간 호남과 지리산 일대를 석전 박한영 스님(1870~1890)과 함께 여행했다. 육당은 이를 바탕으로 한도인(閒道人)이란 필명으로 ‘시대일보’에 순례기를 연재하고 1년 후 전반부의 기록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그 책이 바로 ‘심춘순례(尋春巡禮)이다. 육당 최남선이 쓴 우리 국토를 예찬한 글이다.
서예가 오세창의 제자(題字), 서양화가 고희동의 표지삽화, 그리고 국학자 정인보의 표제지가 실릴 만큼 이 책은 당시 최고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심춘순례’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닌, 일제에 빼앗긴 국토를 돌아보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본격적인 우리문화답사기였기 때문이다.
‘심춘순례’에는 1920년대 우리의 산하와 문화, 삶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글 하나하나가 그림을 보듯이 생생한데, 육당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것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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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남선의 심춘순례 원본 표지. <사진=심춘독회> |
육당은 여정 대부분을 걸어 다녔고, 높은 산도 거침없이 넘었다. 전라북도 모악산과 변산을 비롯해 백암산과 내장산, 선운산과 조계산을 올랐고, 광주 무등산은 두 번이나 횡단했다. 이렇게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글을 썼기에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우리의 민속신앙과 고신앙의 흔적까지 파노라마처럼 묘사할 수 있었다. 1920년대 우리의 옛 모습을 찾아 여행을 떠나려 한다면 이 책만큼 좋은 안내서는 없을 것이다.
'심춘순례'는 우리의 국토와 문화, 특히 전주를 중심으로 전라도 지역을 답사하여 펴낸 책이어서 더욱 관심이 있었고 90년 전의 전주문화와 전라도 문화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한문 원전과 한시, 어려운 한자어가 많아서이다. 당시의 식자층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던 글이 지금의 한글 세대에게는 오르기 힘든 태산과도 같다. 한글도 표기법이 낯설 뿐 아니라 요즘 사용하지 않는 단어도 많다. 여기에 어려운 불교용어까지 있어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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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기 쉽게 풀어쓴 '심춘순례' 표지. <사진=심춘독회> |
이 책을 ‘심춘독회’가 일반인도 읽기 쉽게 풀어냈다. '최남선의 국토예찬 쉽게 풀어쓴 심춘순례'가 그 책이다. ‘전북의 발견’이란 역사문화프로그램을 5년간 연출했던 JTV전주방송 손상국 PD(58)의 제안으로 심춘독회모임을 만들어 전라금석문연구회 김진돈 회장(56), 국립민속박물관 이문현 학예관(46), 신아출판사 이종호 편집국장(56), 전북도청 김승대 박사(46)가 참여했다. 심춘독회는 지난해 8개월간 매주 독회를 갖고 해제작업에 정성을 들였다. 한국서도협회 전북지회 서홍식 회장(56)이 한문 번역을 도왔고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은 어려운 불교용어를 쉽게 풀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독회를 제안한 손상국 PD는 “‘심춘순례’를 접했을 때 무척 난감했다. 대충대충 건너뛰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만큼 아쉬움이 컸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독회를 하면서 함께 해결해보자고 했다. 이렇게 심춘독회 모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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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춘순례 독회 모임. <사진=심춘독회> |
일주일에 한 번 모여 강독을 하면서 시간 나는 대로 답사여행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어려웠던 문장도 제법 풀리고, 답사 사진 또한 꽤 모이게 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독회의 산물이다.
손 PD는 “원문의 맛을 조금이라도 더 살리려다 보니 한자 병기가 많아지고 각주가 늘어, 학술서처럼 되어 버렸다”며 “지난 1년여 동안 이 작업을 하면서 우리의 국토, 우리 삶의 뿌리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어 참으로 즐거웠다.”고 말했다.
육당 최남선은 문화운동가, 작가, 사학자로 1919년 3.1 독립선언서를 기초했으나 훗날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하는 등 친일의 길을 걸었다.
최남선의 국토예찬
쉽게 풀어 쓴 《심춘순례》
신아출판사 간 / 4×6배판 변형 / 400쪽/올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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