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발발 직후였던 1950년 6월 29일 아침. 피로 쓴 ‘결의문’이 순천매산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작성됐다. 수도 서울이 함락됐다는 소식을 접한 학생들이 ‘더 이상 학업에만 열중할 수 없다’면서 각자 검지를 칼로 그어 조국수호에 동참하겠다는 혈서를 작성한 것.
이후 순천매산고등학교 학생 30여 명은 피로 쓴 ‘혈서’를 들고 순천 역전에 주둔하고 있던 육군 제15연대를 찾아갔다. ‘우리들도 싸우게 해달라! 싸울 수 있다’면서 그 각오로 ‘혈서’를 내밀었다. 이 일이 기폭제가 되어 전국에서 학도병으로 지원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그렇게 학도병으로 자진 입대한 이들은 이후 임실 관촌, 구례, 화동화개, 마산, 낙동강지구 전투 등 전국 각지의 수많은 전투에 참전하여 피를 흘렸고 결국 우리 조국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
60여 년이 흘러 ‘순천매산고등학교의 전설’이 된 영웅들이 모교로 돌아왔다.
육군 제31보병사단(소장 권혁신)과 순천매산고등학교(교장 정창용)가 21일 순천 매산고등학교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6·25참전용사 모교 명패증정 행사’를 통해서다.
행사에는 학도병 출신 6·25참전용사 최은오(예, 대령), 이성수(예, 대령), 김중배 옹 등 3명이 참석했다. 함께 혈서를 쓰고 학도병에 지원했던 31명 중 28명과 학교를 졸업하고 전쟁에 참전했던 12명은 대형 동판에 새겨진 이름으로 대신했다.
이들의 귀환을 육군 제31보병사단과 순천매산고등학교 재학생, 순천부시장을 비롯한 지역기관장 및 보훈단체장, 지역주민 등 200여 명이 축하했다. 31사단 군악대와 제2작전사령부 의장대의 멋진 군악 및 의장 공연도 이뤄졌다.
이 행사에서 권혁신 31사단장은 이 학교 출신 6·25참전용사 43명(학도병 31명, 참전용사 12명)의 이름이 새겨진 가로 90㎝, 세로 120㎝의 크기의 대형 동판을 학교에 헌정했다. 최 옹 등 참전용사 3명에게는 축소명패와 기념품, 꽃목걸이 등이 전달됐다.
“64년 전과 같이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이 다시 온다고 해도 우리는 또 손가락을 잘라 피로 맹세를 하고 노구를 이끌고 전쟁터로 갈 것입니다. 우리는 순천매산고등학교 학생입니다.” 졸업생 대표로 나선 이성수(85세, 충청남도 천안시) 옹이 후배들에게 남긴 무거운 한 마디. 이렇게 64년 전 피로 썼던 혈서는 반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을 건너뛰어 후배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졌다.
순천매산고는 헌정 받은 대형 동판을 학생들이 자주 오가는 본관 중앙복도 벽면에 부착해 학생들이 6․25참전 선배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호국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권혁신 31사단장은 “여러분의 선배님들은 여러분의 나이에 피로 쓴 지원서를 들고 학도병으로 자원입대 했던 영웅들입니다. 선배님들의 의기와 나라사랑 마음을 본받아 미래 조국수호의 역군으로 훌륭하게 성장해 주길 바랍니다”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6·25참전용사 모교 명패 증정행사’는 해당 학교 출신의 6․25참전용사의 이름을 동판에 새겨 모교에 전달하는 행사로, 6·25참전용사의 조국에 대한 헌신과 애국충정 의식을 선양하고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학교 선배들의 나라사랑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육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사다.
< 저작권자 © 엔지티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제보 및 문의 ngtv@ngtv.tv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