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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19명, 수개월간 장애友 집단 괴롭힘… '또다른 도가니'가평의 어느 중학교, 14살 성진이에게 닥친 불행
김지혜  |  lkjh9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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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05  11: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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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 A중학교 2학년 김성진(가명·14)군은 지적(知的) 장애 2급이다. 상황 판단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평소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학생이다. 웃음이 많고 해맑아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성진이에게 불행이 닥쳤다. 같은 또래 남학생 19명으로부터 수개월간 집단 괴롭힘을 당해온 것이다.

19명은 1학년이던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성진이를 괴롭히고 엉덩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다. 성진이는 얼마 전까지 '외상(外傷) 후 스트레스 장애'로 구토와 불면 증세를 보였으며 이따금 헛소리를 해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았다. 몸은 살이 빠져 야위어갔다. 그런데도 성진이는 집에 와서는 "친구들이 (나를 때린 게 아니고) 나와 놀아줬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가평 주민들도 놀란 표정이다. 이곳 식당 주인 A씨는 "어릴 적부터 같이 커온 아이들이 장애학생을 괴롭혔다더라.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성진이가 당한 일

3일 학교와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성진이를 괴롭힌 건 '장난'에서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복도를 지나가는 성진이를 치고 지나가거나 '귀엽다'며 볼을 꼬집고, 길을 막아서고는 억지로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성진이의 머리를 손가락을 튕겨 때렸다. 성진이의 소지품을 숨겨 놓고는 당황하는 성진이를 보면서 놀렸다. 놀림과 장난이었던 작은 폭행이 큰 폭행으로 커져 갔다. 발과 무릎으로 성진이를 가격했다. 성진이가 '왜 때리느냐'고 하면 그 모습을 흉내 내며 조롱했다.

한 살 더 먹어 2학년이 된 19명의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목격한 학생에 따르면 4~5명이 성진이를 둘러싸고 번갈아가며 발과 주먹으로 때렸다. 성진이가 '왜 그래. 그만해'라고 울며 저항했지만 괴롭힘은 계속됐다. 이를 보다 못한 같은 반의 한 여학생이 일요일인 지난 3월 18일 학생부장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여학생은 교사들에게 "작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지만 올해는 더 심해졌다"며 신고했고, 다음 날 학생부장 정호석(가명·43) 교사가 곧바로 진상 파악에 나섰다. 목격한 여학생들과 이들이 지목한 가해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19명이 저지른 일'이 속속 드러났다. 처음에는 같은 반 학생들 13명을 포함해 15명이 적발됐고, 이들의 진술에서 4명이 더 발견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건(여러 학생이 장애 학생을 오랜 기간 집단으로 괴롭힌 건) '도가니(영화)'만큼이나 심각한 사건"이라고 했다.

가해학생 학부모들 잘못 인정

성진이의 아버지는 "참을 수 없다. 당장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지만 정 교사는 "학교에서 해결해보겠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그때 경찰에 신고하시라"고 설득했다.

학교의 대응은 신속했다. 여학생의 신고가 있은 지 4일 만에 가해학생 학부모 19명을 불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부모와 경찰 등 10명으로 구성·이하 폭대위)를 열었다. 폭대위는 학교 폭력 가해학생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이들은 "우리 아이는 잘못한 게 없다" "학교가 쓸데없이 일을 너무 크게 벌였다"고 했다. 회의장에서 가해학생 학부모 측 대표가 "일단 위원들은 나가 계시라. 우리끼리 얘기를 먼저 좀 나누겠다"고 했다. 한 시간이 지났다. 학부모들은 다시 폭대위원들을 불렀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폭대위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선처를 바랍니다."

이틀 뒤인 24일 다시 열린 폭대위에서 학생들의 징계 수위가 결정됐다. 주요 가해자 9명에게는 '학급 교체, 출석 정지 5일, 특별교육 5일, 서면 사과, 접촉 및 협박 금지', 5명에게는 '교내 봉사 5일, 특별교육 5일, 서면 사과, 접촉 및 협박 금지', 나머지 5명에게는 '교내 봉사 3일, 특별교육 5일, 서면 사과, 접촉 및 협박 금지'의 조치가 내려졌다. 그날 저녁 징계 내용을 통보받은 성진이의 아버지는 '폭대위의 결정이 충분치 않지만 존중한다. 가해학생 측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학교 측이 다음 날 가해학생 부모에게 징계 내용을 통보하면서 편지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

가해학생 부모들은 성진이의 부모와 만나 위로금을 전달하고 '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들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평에는 '가해학생 부모들이 피해학생 부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생활기록부 기록 놓고 다시 갈등

문제는 그 이후였다. 일부 가해학생 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정 교사는 "가해학생 부모 중 한 명이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한 설명회에 갔더니 학교생활기록부에 폭대위 징계 조치가 기록되면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하지 못한다'며 '외교관이 되어야 하는데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면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교장에게 "학교가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가해학생 부모는 가평교육지원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에 '학생부장 교사의 진술서 작성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등의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평교육지원청의 민석기 장학사는 "학교 사건 처리 과정에 잘못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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