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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당이 쓴 백파선사 비문을 중심으로 자리한 문인들과 국문학자들. (좌측 두 번째 진동규 시인, 좌측 네 번째 전정구 전북대 교수, 우측 세 번째 우한용 서울대명예교수) |
( 전북 = 송재춘 기자 ) 국보 80호 ‘세한도(歲寒圖)’의 소나무는 실제 실존했던 소나무일까? 아니면 완당 김정희(院堂 金正喜·1786∼1856)의 가슴속에서 탄생한 순수 창작품일까?
그 세한도의 소나무가 실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한민국 대표 문인과 국문학자들이 나서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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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노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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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다름 아닌 고창군 무장면 동헌을 지키고 있는 노송 한 그루.
전 전주예총 회장을 지낸 진동규 시인(70)은 최근 무장출신 백파선사 긍선(白坡禪師 兢璇·1767∼1852)과 완당의 관계를 연구하던 끝에 세한도의 노송이 ‘무장 동헌’에 실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명작의 고향’에 대한 논쟁에 불씨를 당겼다.
지난해 무장현과 시오리 떨어진 고향 고창군 상하면 송곡리에 정착하면서 백파선사와 완당과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새로이 복원공사중인 무장동헌에서 세한도의 원전소나무를 발견하게 됐다고.
특히 진 시인은 지난 13일 소설가 우한용 씨(서울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전정구 씨(전북대 교수)·최병우 교수(강릉원주대 국어국문학과)·박인기 교수(경인교육대 국어교육과)·정병헌 교수(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등 5명을 초청, 현지답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브랜드 네이밍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진 시인이 무장 동헌의 소나무를‘세한도 소나무’의 근거로 댄 것은 백파선사와 완당이 왕복서한 논쟁을 벌였을 정도로 가까웠던 관계.
특히 이 소나무가 ‘완당 세한도’의 소나무처럼 구부러져 있고, 수령(樹齡)도 이를 뒷받침하듯 3백여 년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덧붙여 화가이기도 한 진 시인은 고대로부터 많은 화가들이 소나무를 그렸지만, 구부러진 소나무를 그린 이는 완당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
백파선사와 완당의 서한논쟁은 이렇다. 백파선사가 禪사상 이론서인 ‘선문수경(禪門手鏡)’을 세상에 내 놓자, 대흥사의 젊은 스님 초의선사가 반박논리를 편다.
이 와중에 초의와 절친한 벗인 완당이 논쟁에 끼어들면서 그들은 서로 서한을 통해 갑론을박 논쟁을 벌인다.
당시 백파는 화엄종의 종장으로 나이는 77세, 완당은 58세였다. 진 시인은 치열한 논쟁을 펼치는 와중에 백파선사를 만나러 완당이 당시 무장현에 있는 선운사를 찾았을 것이고, 이때 동헌에 서 있는 이 소나무를 마음에 담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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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80호 세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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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의 세한도’는 완당이 1840년(헌종(憲宗) 6년) 윤상도(尹尙度)의 투옥 사건에 연루돼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하던 59세 때(1844년) 작품.
당시 청(淸)의 연경(燕京)에서 유학하고 있던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그려 보낸 것이다.
이상적이 권세를 따르는 세속과 달리 완당에게 예를 다함에 감격해서 세한(歲寒·겨울에 홀로 푸른 소나무)에 비유한 그림으로, 현재 국보 제180호로 지정돼 있다.
평소 교유가 깊었던 완당은 백파선사가 입적했을 때 초상화를 그린 뒤 그를 '해동의 달마(達磨)'라고 격찬했고, 그때 쓴 추모비문은 1858년 선운사에 세워지게 된다. 비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난하기는 송곳 꽂을 자리도 없었으나/ 기상은 수미산을 덮을 만하도다/
어버이 섬기기를 부처님 모시듯 하였으니/ 그 가풍은 정말로 진실하도다/ 속세의 이름은 긍선이나/ 그 나머지야 말해 무엇하리오”
- 완당학사 김정희가 찬하고 또 쓰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문인과 국문학자들 모두 진 시인의 발견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무장현령사 등 역사적 기록과 백파선사와 완당의 행적조사 등을 통해 사실규명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답사자들은 이어 선운사 백파선사 부도탑을 참배하고 곁에 서 있는 완당이 쓴 비문도 둘러보고, 명작의 고향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진 시인은 “완당이 귀양지에서 맞았던 혹독한 세한을 절절하게 ‘세한도’에 담아 제자 이상적에게 보냈을 것”이라며 “이 그림이 중국으로 또 일본으로 떠돌다가 돌아온 사연 또한 기구하다”고 소개한다.
“허리 꺾인 소나무, 그것이 하고 싶은 이야기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개성을 생명으로 안다. 모방하는 것을 치욕스럽게 생각한다. 노송을 그리는 사람은 그 가지가 휘고 꺾이고 온갖 풍상 다 겪은, 그래서 어딘가 힘이 뭉치고 상처 입은 것들을 즐겨 그린다. 그렇다고 허리를 작신 부러뜨린 소나무는 완당의 ‘세한도’ 뿐이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발상이다.”
진 시인은 “상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능한 것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것을 상상한다는 것은 망상일 뿐”이라고 덧붙인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와 그의 정원을 소재로 한 명작들의 고향으로 알려진‘제베르니 정원’. 그리고 완당-벽파선사에서 세한도로 이어지는 무장동헌의 노송.
무장봉기의 중심지이자 한국 토성의 원형으로 새롭게 조명 복원되고 있는 무장동헌이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고향으로 공인받게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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