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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키(V.O. Key)에 따르면 중대선거란 미국 정치사에서 30년 주기로 선거연합이 재구성되는 선거를 말한다.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된 1932년 선거가 대표적 사례다.
루스벨트의 집권 기간에 공화당이 주도했던 기존의 정치구도는 뿌리째 흔들렸고, 완전히 다른 정치지형이 만들어졌다. 정치만이 아니다. 미국은 루스벨트의 집권기를 거치면서, 그의 무리들이 추진한 뉴딜정책을 통해 모두가 잘사는 중산층의 나라이자 강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 두 해에 걸쳐 총선과 대선을 치를 예정이다. 총선과 대선이 한 해 사이에 이어진 전례는 새정치국민회의가 등장했던 96년 총선과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97년 대선이다. 한국 정치를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20년 만의 판박이 배열이 다가온다. 또한 2017년 대선은 87년 민주화운동의 성과로 새로운 정치지형이 만들어지고, 그 해 말 대선을 치룬지 30년 만에 다시 맞이하는 선거다. 의미심장한 숫자가 두개나 겹친다.
그러나, 다가올 총선과 대선이 한국의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선거가 될 것인지 또는 평범한 선거로 끝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다. 루스벨트 및 민주당의 승리와 그들이 일으킨 변화도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공황이라는 전대미문의 재앙과 서민의 고통이 있었고, 시대정신을 꿰뚫어보는 지도자의 혜안과 비전, 유능한 개혁 정치세력의 등장이 맞물렸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이다. 경제는 성장할 힘을 잃었고, 민생의 불안과 불평등은 우리 사회의 존속을 위협한다.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노년층의 삶도 굴곡이 심하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외교적으로는 고립되고 있다. 세월호의 참극과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비효율 때문에 국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지경이다.
한국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세월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외국 언론은 정부가 해산될 만한 일이라 했다. 메르스 사태도 그에 버금가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은 정치를 식민지로 거느린 종주국 군주처럼 군림하면서 국민에게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의회는 상황을 반전시킬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연합체로 전락한 정당들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여당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자기들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를 갈아치웠다.
패배가 일상인 야당은 야당다운 비판도 못하고 제1야당이 누리는 기득권에 취해 무능과 나태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한마디로 한국 정치는 여와 야를 막론하고 오늘의 난국을 타개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총체적 무능에 빠진 한국 정치를 재구성해야 한다.
시대적 상황은 충분히 엄중하다. 크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상황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이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중대선거가 되느냐 아니면 평범한 선거로 그치느냐 하는 것은 국민이 결정한다. 그리고 그 뜻을 받들어 변화를 선도할, 유능하고 비전을 지닌 개혁 정치세력이 결정한다.
한국 정치를 재구성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을 바꿀 한국의 루스벨트와 그의 무리는 누가 될 것인가? 가장 정의롭고 개혁적이며 수준 높은 광주시민과 호남인이 만들어 주실 것을 확신한다. 그들을 만나고 싶다.
2015년 7월 16일
국회의원 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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