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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憂慮)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이야기다. 당초 많은 사람들, 특히 수도권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광주시민 조차도 ‘광주 U대회가 잘 될까?’라는 걱정을 앞세웠다. 일부에선 무용론과 반대론, 심지어 반납 주장마저 제기했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 인프라는 빈약하고, 경제 자립도는 매우 낮다. 지역경제와 산업구조는 허약하고, 중소상공인들은 피땀으로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는 형편이다. 시민들은 먹고 살기 바쁘고, 청년 대학생들은 취업 전선에서 연일 추풍낙엽이다. 이런 광주에서 세계 대학생들을 불러들여 스포츠 향연을 연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었다.
그런데다 정부 지원도 소극적인 것만 같았고, 북한 선수단 참가마저 막판에 무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메르스까지 창궐하면서 ‘웃음거리가 되진 않을까.’ 애먼 시민들까지 속을 태워야 했다. 하지만 한낱 기우(杞憂)였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역량을 과소평가한데서 나온 쓸데없는 걱정들이었다.
광주는 위대했다. 이 모든 불리한 조건을 이겨낼 만큼 광주의 저력은 탄탄했고, 시민들의 참여의식은 남달랐다. 난제들이 겹칠수록 시민들은 하나가 됐다. 물질적인 부족함은 정서적인 풍족함으로 메우고도 넘쳤다.
시민들이 앞장섰다. 인근 경기장을 찾는 발길이 잦았다. 딱히 좋아하는 종목이어서가 아니었다. 우리 지역을 찾은 세계의 청년 대학생을 맞으러 간 것이다. 응원도 정겨웠다. 편을 가르지 않았다. 승패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몸짓 하나하나에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실수와 자책에는 더 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교통통제에도 흔쾌히 동참했다. 불편했지만 그 이상도 감수할 태세였다. 그러면서도 축제를 즐겼다. 곳곳에서 펼쳐진 컬쳐버시아드를 맘껏 누렸다.
자원봉사자들도 크게 한 몫 했다. 10대 청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유학생에서부터 전직 파독 간호사에 이르기까지. 외국 선수와 임원 곁에서, 경기장 한 켠에서, 그리고 길거리 자원봉사 부스에서 묵묵히 활동했다.
통역을 맡았고, 선수단 이동과 경기 진행을 도왔으며, 광주·전남 구석구석 관광을 안내했다. 9300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실천하는 시민’의 표상을 보여줬다. 대학생을 포함한 5만여명의 서포터즈들도 힘을 보탰다.
공무원들은 축제의 연출가였다. 그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었다. 치밀한 기획에서부터 섬세한 현장 시나리오까지 빈틈없이 준비했고, 완벽하게 실행했다. 광주시 본청에서부터 말단 사업소와 출자·출연기관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남·북도는 물론 교육 공무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발 벗고 나섰다. 특히 경찰, 소방, 군인들의 숨은 노고는 ‘안전 노이로제’에 걸린 우리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대회의 꽃은 역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었다. 구태여 젊은이들의 축제를 금메달 숫자나 메달 색깔로 덧칠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광주시청 소속 김국영선수도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100m달리기에서 한국신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메달이 아니라 기록에 도전하고, 자신과 승부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우리를 더욱 기쁘게 했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사상 최초로 제패한 곳이 바로 ‘광주’라는 사실 또한 감출 수 없는 기쁨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쾌거와 함께 ‘광주’가 세계 스포츠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번 대회를 흥겹게 즐기고, 알차게 치렀다. 동시에 우리의 저력과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녘의 소시민이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향해 나아가는 열린 시민, 깨어있는 시민,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도 갖췄음을 체감했다.
이제는 흥분과 감격을 뒤로하고, 다시금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축제가 끝났으니, 그동안 제쳐놓았던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 현안에 대한 충돌과 갈등이 다시금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U대회 성공을 위해 불편을 감수했던 성숙한 시민의식, 편을 가르지 않고 함께했던 대동정신, 패자를 격려하고 승자를 축하했던 열린 마음만큼은 계속 품고 갔으면 좋겠다. 광주가 재도약하는데 필요한 가장 탄탄한 구름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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