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6년 11월, 13억 중국 사회는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대국굴기(大國堀起)’라는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제작 방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때문이다. CCTV 제작팀이 무려 3년에 걸쳐 역사적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중국 내외 최고의 전문가 100여명의 자문을 받아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세계 역사를 주도했던 9개 강대국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했는가를 통해 중국의 미래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에서 ‘재방’ 요청이 쇄도했고, 순식간에 1만권이나 되는 책이 팔려나갈 정도로 다큐멘터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에서도 EBS를 통해 방영됨으로써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진단해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강대국의 비결은 무엇일까? 하나는 척박하고 어려운 상황을 도전적으로 극복하는 용기와 다른 하나는 누구도 취하지 않던 새로운 패러다임 즉,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15세기 후반에는 선진 해양기술로 앞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세계를 지배했고, 18세기 말에는 ‘작은 구멍가게’라는 별명의 영국이 산업혁명을 통해 “해가지지 않는 나라” 가 되었다.
또 유럽에서 가장 뒤처진 국가였던 독일은 1870년대에 대학의 화학실험실에서 탄생한 염료기술로 제 2차 산업혁명을 성공시켰고, 참담한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일본이 아시아의 경제 강국으로 급성장한 배경에도 바로 과학기술이 있었다. 1960년대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불과 50년 만에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 산업 발전에 매진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강대국의 발전과정은 자연스럽게 도시에도 적용된다. 스마트한 IT 기술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초현대사회에서는 국가의 개념은 별로 의미가 없다. 이제 아무도 프랑스의 파리 혹은 영국의 런던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도시 뉴욕을 간다거나 프라하, 도쿄 혹은 피렌체를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도시는 제각기 예술과 문화, 음식과 축제, 창의성과 과학기술이라는 글로벌한 가치들을 내세우며 서로 경쟁하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부를 창출하면서 성장해가고 또 퇴락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광주는 어떠한가? 어떠한 글로벌한 가치로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또 세계의 도시들과 어깨를 겨루는가?
광주는 예로부터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예향의 도시로 유명하다. 또 근대에 들어서는 인권의 빛을 밝힌 민주화의 도시로 잘 알려져 왔고, 20년의 역사를 갖는 광주 비엔날레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2013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광주의 지역 내 총생산액은 약 30조원으로 전국 7대 도시 중 최하위이고 총고정자본 형성 규모도 약 8조원으로 역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의 여러 도시들과 비교해볼 때 광주는 투자도 생산도 안 되는 도시로, 낮은 소득과 낮은 재정자립도 등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활발하지 못하다.
이제 광주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가치가 절실하다. 지역발전을 위해 민주, 인권, 문화, 예술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과학을 이해하고 지지하며, 과학의 정신인 창의와 효율 그리고 객관의 정신이 사회 전반에서 작동되는 과학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다행히 광주는 훌륭한 과학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첨단연구단지 내에 위치한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특화된 광산업을 위한 산학연 인프라도 잘 갖추어져 있다. 또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들에서는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놓으며 미래세대의 인재들을 키워내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시와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이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제 과학문화를 통해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가시성을 갖도록 하자. 대학연구실의 우수한 과학성과가 지역의 주력산업 발전으로 연계되고, 이것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며 도시가 성장되는 선 순환적인 구조로 변모되게 하자.
우리 국립광주과학관은 지난 2013년 호남권의 과학문화 거점 기관으로 첨단단지 내에 설립되었다. 청소년들에게는 학교 밖 과학교육을 통해 미래의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시민들에게는 과학과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줌으로써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과학문화 확산은 국립광주과학관 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지자체는 물론 대학과 연구소, 공공기관과 산업체, 시민단체 등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전국에서 광주에만 유일하게 있는 첨단동과 첨단과기로가 세계인들에게 유명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모두가 과학문화 확산에 나서야할 때다.
< 저작권자 © 엔지티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제보 및 문의 ngtv@ngtv.tv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