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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포토 |
‘하나 된 아름다운 세상의 상징’인 국립소록도병원이 올해로 개원 100주년을 맞는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 설립된 자혜의원이 모태인 소록도병원은 인권유린현장에서 이제 치유와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나며 100년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에 걸맞은 새로운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100주년을 맞은 소록도병원은 그간 한센인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박애정신과 인권보호 그리고 봉사 나눔을 실천하는 하나의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울타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센인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소통이 가능한 평화의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소록도는 주민 모두가 건강에 대한 희망과 함께 100년의 성과물을 다양한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다.
100년 전, 일제는 단순히 한센인을 건강자로부터 격리하기 위한 마땅한 섬을 물색한다. 지리나 기후, 생태 등을 조사한 일제는 소록도를 격리장소로 정한다. 원주민을 내보내고 소록도 한 켠에 소록도 자혜의원을 설립한다.
조선총독부령 제7호에 의해 설립된 이 시설은 일제의 자혜가 아닌, 당시 선교사들 중심의 기독교 나(癩)시설에 대한 식민지 조선에 있어 나정책의 주도권과 일본 황실 이미지 선전의 공간으로 활용되었던 측면이 강하다. 일제에 의한 소록도는 “질병”의 퇴치가 아닌 “질병에 걸린 사람들”의 박멸을 위한 공간, 즉 차별과 편견을 재생산하는 장소라는 주장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그동안 병원은 역사를 담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먼저 1979년 간행된 ‘소록도 반세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소록도 50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소록도 한센환자가 직접 저술한 것으로 소록도 설립부터 반세기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병원에서는 문화재 보존에도 나서 소록도갱생원 감금실, 검시실, 식량창고, 소록도 자혜의원 등 역사현장 12곳을 등록문화재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단추 끼우개, 개호밥통, 치료용 칼 등 한센인 생활 유품 20여 점도 새로 발굴하여 문화재 등록을 추진 중이다.
20년 전 우리 선배들은 사진이나 기록, 한센 유물 등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하기 위하여 소록도 자료관을 만들었다. 여기에 병원 설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박물관을 만들고 있다.
소록도가 가진 역사적 가치를 보존 전달하고 인권과 문화 예술 교육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 될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 박물관’은 그 탄생에서부터가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0여평방미터 규모로 인권, 한센 역사 교육의 장, 힐링의 허브, 소통의 공간을 지향하는 박물관 2층에는 한센병 이해, 인권, 소록도 삶, 국립소록도병원, 나눔 등으로 주제를 나눠 소록도 역사를 보여준다. 1층에는 현대식 수장고, 라운지, 아트샵을 배치하여 소록도와 뭍과의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2층에 마련된 나눔관에서는 43년간 이국땅에서 봉사를 몸소 실천했던 마리안느 수녀님 등을 만날 수도, 매년 수천여 명의 장단기 자원봉사자들의 나눔 실천의 정신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록도가 단순히 격리, 차별 편견의 장소만이 아닌 고통과 고난 속에서 피어난 치료와 극복의 역사, 봉사와 나눔도 같이 할 수 있음을 보여 줄 것이다.
소록도는 곳곳이 역사와 문화의 현장으로 한센의 차별과 편견, 비인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소록도 전체가 박물관’이란 모토아래 곳곳에 숨어있는 한센 유적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에 경주하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 카빌의 국립한센병박물관, 하와이 몰로카이 소재 칼라우파파 국립한센병역사공원이나 일본 도쿄 근처 다마전생원에 있는 국립한센병자료관, 노르웨이 한센병박물관과 견주어도 절대 손색이 없는 한국의 독자적인 박물관으로 탄생하길 기대한다.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 그러나 기억은 또 다른 방향으로도 흐른다’는 윌리엄 기브슨의 말처럼 시간의 흐름과 반대방향으로 흐르는 기억에 의해서 온전히 발견된 의미나 언어를 통해서 후세에 되물림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어렴풋이 느끼며 소록도개원 100주년 행사를 조용히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소록도의 아픈 역사를 반추하고 또 다른 아름다운 동행을 준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감동적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기념비적인 의미와 조형성을 갖춘 역사적 건축물들이 즐비한 다양한 이야기의 보고이자 유서 깊은 명소로서의 소록도의 가치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 100년을 맞아 이제 소록도가 그 아픔의 역사를 딛고 많은 분들에게 아름답게 기억되며 서로 소통하는 평화의 장소로 거듭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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