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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결위가 공전과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예결위 4당 간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만났었습니다.
“추경은 추경으로서 다루어야 한다, 다른 사안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 는 얘기는 한가롭고 공허합니다. 모든 문제의 출발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야기시켜 놓고 ‘이거는 이거고, 저거는 저거다’, 라고 생각하라는 얘기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또 추경 그 자체로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 다들 알고 계십니다. 1만 2천 명의 신규 공무원들을 추경으로 뽑겠다,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정말 추경이 추경다운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희 국민의당은 국민의당 나름의 ‘대안 추경’을 지금 구상하고 있습니다. 11조 2천억 원이라면 훨씬 더 긴급하고 절실한, 그리고 국가 대계를 생각할 때 꼭 필요한 소요처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 10조원을 투입해서 ‘기초생활보장제’를 만들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안전망을 튼실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그 제도의 정신은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 비정규직 고용보험이 40%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규직 고용보험이 85% 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갈 길이 굉장히 멀고 험난한 일입니다. 이런 비정규직 안전망 구축과 같은 긴급성 높은 문제에 추경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 오히려 추경의 취지에도 더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 26일, 대전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최성 당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공직자 5대 비리 배제 원칙, 이 약속을 꼭 지키시겠습니까?”, 하고 질문을 합니다. 여기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덧붙이기를 “그렇습니다!”, 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문재인 후보는 “우리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인사 청문회 할 때마다 늘 봐왔던 것 아닙니까?
방금 말씀하신 병역면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뭐 한 두개씩은 갖고 있어야 마치 장관 자격 있는 것처럼 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사람들 고위공직자에서 원천배제 해야 되는 것이죠!” 라고 답변합니다. 더 나아가서 문재인 후보는 “제가, 아시다시피, 역대 정부에서 가장 인사검증 깐깐하게 했다는 민정수석 출신이지 않습니까? 방금 말씀드린 원칙들 확실히 지켜나가고, 도덕성 개혁성 위주로 인사를 할 예정입니다”, 라고 확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분이 이제 대통령 되고 나서는, “국정이 안정된 시기와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기의 인사는 많이 다르다”, “목표 의식이 앞서다 보니 약간 검증이 안이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인사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대통령과 야당 간에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고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야당으로서는 정말 억울한 상황입니다. 야당이 5대 비리 배제 원칙을 하라고 압박한 것도 아니었고, 본인 스스로 대선 때 몇 차례에 걸쳐서 공언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원칙은 어디로 갔느냐, 그 원칙을 폐기하는 거냐, 아니면 이번에만 예외적으로 넘어가는 것이냐?’ 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대답 없이, “야당은 정부 여당의 발목만 잡는다”, 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대 비리 배제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취임 초 신임 대통령에 대한 여야 간의 상호 절제의 경계선이 허물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협조하고, 무엇을 비판해야 한다는 것을 그쪽에서도 우리에게 제시한 것이 없고, 우리도 그쪽에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협치 정신의 실종이 모든 국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풀어야 합니다. 연대와 협치라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일방적으로 따라오라는 것이 어떻게 연대와 협치가 되겠습니까? 문 대통령이 맨 처음 당선되어서 야당 당사를 두루 방문했던 그 취지와 정신이 한 달 만에 날아가 버린 것입니까? 이제라도 문재인 대통령, 야당 당사를 다시 방문하겠다는 자세로, 밤낮없이 전화하고, 설득하고, 그러면서 대화와 타협을 하는, 그 초심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그것만이 연대와 협치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대한민국을 성공하는 나라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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