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영 교수, 오만한 법관들의 왕국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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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 교수, 오만한 법관들의 왕국 대한민국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 학회장

위정량 기자 | eorjs0421@hanmail.net

승인 2018.05.06 00:52:51

“법원 판결을 무오류(無誤謬)의 신성(神聖)으로 환원하는 종교적 광신”

삼성 이재용에 대한 정형식 판사의 집행유예 판결에 관해 20만 국민청원이 청와대에 쇄도했고,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

그러자 법원 내부에서 “청와대가 법관 징계 여론을 전달해 사법부에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비판했다고 한다. 법원 뿐 아니라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청와대가 20만 국민청원을 전달한 것을 두고 ‘압력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평한 것으로 전한다<채널A 보도>.

청와대의 전달은 압력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압력’이 맞다. 다만, 그 압력은 청와대가 아니라 20만 국민청원의 뜻에 기인한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도, 법원이나 대한번호사협회가 국민의 뜻을 일부러 무시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사법부나 대한변호사협회 눈에는 오직 청와대 권력 밖에 보이지 않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사법부는 국민의 뜻으로부터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국민의 뜻을 전달하는 것 자체를 사법부 독립의 침해로 간주하면서, 잘잘못 여부를 아예 돌아보지 않으려는 태도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법관들의 제왕적 권위주의에서 나온다. 이런 권위주의는 한국 현대사에 점철된 일제강점기 식민지 지배와 독재정권의 잔재이다.

더구나 청와대는 그냥 전달만 해서 될 일이 아니라, 해당 법관의 판결이 잘못 된 것이 있는지 검토하고 잘못된 판결이라면 징계하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판사는 자신의 잘못된 판결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처벌 여부의 종국적 결정은 다시 법원의 판결에 의한다 하더라도, 그 조사의 시작은 경찰과 검찰 등 행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절차는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독립이란 부당하게 외적 압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지, 잘못된 판결 등을 제멋대로 하라는 뜻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이는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행정부는 독립이다’ 할 수 없고 또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해 탄핵 당하는 것이 행정부의 독립을 해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또 입법부도 잘못하면 행정부와 사법부의 재제를 받아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조항으로 적시한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을 3년 동안이나 보완하지 않고 방기한 것은 분명한 직무유기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런 국회의 직무유기에 관해 국민투표가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게다가 대통령도 선관위 유권해석에 근거하여 국민투표 불가 입장을 천명하는 것도 헌법에 보장된 국민투표권을 유린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손발을 맞춰 주권재민 원리와 국민 투표권을 유린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태만으로 헌법에 보장된 국민투표권이 유린당한다면 국회의원들은 그 책임을 지고 벌을 받아야 한다. 그 처벌 여부에 대한 조사는 다시 경찰·검찰 등 행정부의 소관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를 유린한 데 대해 행정부에 의해 벌을 받는 것은 입법부의 독립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입법부는 절대적 권력의 존재가 아니라 국민주권자 아래에 있고, 입법부 자체가 명백히 위헌한 것이므로 이것은 행정부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삼권분립이란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천정부지로 오만방자하게 따로 놀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잘못을 견제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20만 국민청원의 뜻을 청와대에서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것만으로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은 법원 판결을 무오류(無誤謬)의 신성(神聖)으로 환원하는 종교적 광신이거나, 삼권분립의 상호견제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법관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