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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 전남도민일보 회장 |
남북이 5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통일농구 이틀째 친선경기를 가졌다. 한팀을 이뤄 코트를 누빈 선수들에게 남과 북은 따로 없었다. 이틀 연속 1만2천 석 규모의 관중석을 모두 채운 북한 주민들은 남북 선수들을 가리지 않고 힘차게 응원했다.
2003년 10월 이후 15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대회는 평화와 화해, 공동 번영에 작지만 소중한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았다. 경기장에는 남도, 북도 아닌 ‘평화팀’과 ‘번영팀’을 향한 함성과 감동만이 맴돌았다. 남과 북이 대결과 대치가 아니라 통일을 향해 걸어가는 동반자임을 다시 확인한 기회였다.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날 오전 통일농구경기 남측 방북단의 숙소인 고려호텔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우리 정부대표단은 누가 방문할 예정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고려호텔에 도착한 뒤 2층 ‘면담실-1’에서 10여 분간 기다렸다가 10시 20분부터 조명균 장관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과 회동했다.
북측은 회동 2시간 정도 전에 우리측에 고위급 인사의 호텔 방문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의 전언에 따르면 북측은 대기하라는 연락만 해왔지, 누가 오는지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명균 장관 등 우리 대표단은 당초 이날 오전 예정됐던 우리 여자 농구선수단 격려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 오전 11시 10분까지 50분간 진행된 조명균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 간의 회동은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오고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명균 선생도 중요하시니 와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답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그만큼 북한이 우리를 민족 동반자로서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 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김 부위원장에게 “각 분야의 회담들이 처음 열려 상대측 입장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앞으로 두 번째 세 번째 회담을 해나가면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개성공단에 설치하기로 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8월 이산가족상봉행사 등과 관련해서도 실무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역지사지’하면서 풀어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또 각종 국제경기 때 공동입장과 한반도기 사용 등에 있어서 남북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천명한 ‘판문점 선언’의 소중한 결실 가운데 하나다.
우리 남녀 농구 선수단은 군용기를 타고 북한으로 이동했다.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글자와 ‘태극’ 마크를 선명하게 새겨 넣은 공군 수송기가 우리 선수단을 태우고 전날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착륙한 것은 올들어 극적으로 전환된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와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만들어 낸 감동에 이어 이틀간 이어진 이번 스포츠 교류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가속하고 남과 북이 하나임을 재인식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통일농구대회가 열리는 동안 남북 당국자들은 별도로 ‘산림협력 분과회의’를 가졌다. 남북이 철도 연결을 위한 점검과 조사에 돌입하는 것도 불과 며칠 전이다. 다음 달 금강산에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며,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연락사무소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개성공단 안에 설치된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도 각각 6·15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이 있었으나 이번만큼 심도있게 논의되고 진전되기는 처음 일이다. 자칫 북미 간의 비핵화 후속협상 등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에 장애물이 발생할 수 있으나 정치적 사안의 진전 여부와 무관하게 남북 간에 합의된 교류와 협력 방안은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단절돼 있던 남북 주민 간의 이해를 증진하고 신뢰를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최대한 자주 만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경제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남북 협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좀 더 다방면의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남북은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때 개·폐회식 공동입장은 물론 농구와 카누, 조정 등 3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결성하기로 이미 합의해 둔 상태다. 이와 함께가을에는 서울에서 통일농구대회 답방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문화, 학술,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교류가 더욱 빠른 속도로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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