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행정팀장

김영란법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민원인들이 들고 오시는 음료수를 “뭘 이런 걸 다 가져오셨어요?” 라며 으레 받는 것이 보편적이였다. 온정주의가 강한 것이 우리나라의 특성이기도 하고 주는 사람의 마음(정) 표시이기에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2016년 9월 28일로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은, 민원인들이 음료수를 들고 오시면 “고맙습니다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라고 ‘음료수 하나도 받지 않는 우리기관의 원칙’을 정중히 말씀드리고 진짜 마음만 받고 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흐뭇해진다.

세계적인 반부패운동 단체인 국제투명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는 매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하는데, 올해 2월에 발표된 ‘2017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OECD가입 35개국 가운데 29위에 그쳤다. 뉴질랜드는 89점으로 1위, 덴마크가 88점으로 2위, 핀란드, 노르웨이, 스위스가 85점으로 3위, 올해 북미정상회담 개최장소였던 싱가포르가 84점으로 6위, 일본은 73점으로 20위를 기록했다.

70점대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이고, 50점대는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평가한다고 한다.

국가청렴도 1위인 뉴질랜드는 얼마나 청렴한 나라일까?

뉴질랜드에는 ‘중대비리조사청’이라는 불법 정치자금이나 부패 또는 사기사건 등을 전담하는 정부․의회로부터 독립된 반부패 기관이 있으며 공직사회 및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지위고하 등을 고려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고 한다.

핀란드의 경우는 공직자의 투명한 소득공개로 핀란드 국민은 누구나 국세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자신이 알고 싶은 사람의 소득과 재산, 납세 내역을 알 수 있다. 또한 ‘공무원에게는 따뜻한 맥주와 차가운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가 되면 위험하다’(술은 입만 대고, 샌드위치는 배부르게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청렴이 몸에 배어 습관이 되어 있다고 한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는 국회의원 의전차량이 없어 국회의사당에 별도의 주차장이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고 한다.

청렴은 작은 실천으로 시작되어서 큰 변화로 찾아오는 행복이다.

김영란법이 청렴의 제도적 시초였다면 그 다음은 공직사회가, 더 나아가 국민들 모두가 청렴이 습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끔은 ‘김영란법에 위배되는 것도 아닌데 음료수 하나도 받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시며 돌아가시는 어르신들도 계시지만, 그분들도 언젠가는 이해해 주시는 날이 곧 올 믿는다. 그리고 공직사회의 청렴이 실천됨으로써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