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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연 논설위원(전.영암 신북초등학교 교장) |
토끼는 집토끼와 산토끼가 있으며 집토끼는 유럽 중부로부터 남부와 북부 아프리카에 분포된 굴토끼를 가축화한 것으로, 우리가 흔히 보는 토끼가 여기에 속한다.
앞다리가 산토끼보다 짧다. 모피를 얻기 위하여 기르는 앙고라 종과 고기를 얻기 위하여 기르는 벨기언 종, 애완용의 롭스 종 등 50종 이상의 품종이 있다.
반면에 산토끼는 초원이나 삼림에 서식하는 야행성 동물로 낮에는 풀숲이나 덤불, 바위 그늘 같은 곳에 숨는다. 나무껍질이나 어린싹, 풀 등의 식물을 먹고 산다. 유럽에서 아시아 북부에 걸쳐 분포한다.
그러나 집토끼 관리를 잘못하여 사육장 밖으로 나가면 야생의 본성이 드러나 산토끼가 된다. 산토끼 새끼를 채취해 기르면 집토끼가 되는 데 상당기간 적응을 못 하고 야성의 버릇이 드러나지만, 결국은 적응해 집토끼가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집토끼와 산토끼를 흔히 비유해 쓰는 말이 있다. 집토끼는 이미 내 집안에서 기르는 동물로 우호적 지지 세력을 뜻하고, 산토끼는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세력을 말한다.
우리나라 현실 정치에 대입해보면, 영남표는 새누리 당의 집토끼, 호남표는 민주당의 집토끼인 셈이고, 수도권은 여야 모두가 목표로 하는 산토끼에 비유할 수 있다.
속담에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산토끼를 잡으려면 집토끼는 반드시 포기해야 하고, 토끼 두 마리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생물학적으로도 집토끼와 산토끼는 교배가 안 된다는 것이다.
집토끼와 산토끼는 유전자 수가 달라 생물학적 분류상 다른 '속'에 속한다. 개와 여우는 같은 개과에 속하지만 개속, 여우 속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여우가 많은 영국에 개와 교배한 잡종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 당이 집토끼를 결속하는 데 주력할 것인가, 아니면 산토끼를 잡으러 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 한다.
일반적인 전략은 집토끼를 최대한 확보해 놓고 다음에 산토끼 사냥을 나가는 것이지만, 지금 잡아놓은 집토끼도 완전한 내 토끼가 아니니 내부결속과 다짐을 하느냐 집토끼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연 확대를 해야 하느냐의 고민에 빠진 것이다.
정치권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논쟁이 하나 있다. '집토끼, 산토끼 논쟁'이다. 집토끼는 이미 내 집안에서 기르는 동물로 우호적 지지 세력을 뜻하고, 산토끼는 길들여야 하는 대상이며 집토끼와 비교하면 우호적이지 않다.
정당을 비롯한 정치세력들은 이 사이에서 항상 고민한다. 선거를 치를 때나 주요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이 '딜레마'를 겪는다. 양쪽 다 일리는 있다. 이른바 '집토끼 론자'들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외친다. 집안을 다스려야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산토끼 론자'들은 집토끼의 한계를 강조한다. 외연 확대를 하지 않고는 선거 승리나 정책 추진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책 추진 때도 비슷하다. 다만, 집권 여당은 통상 집토끼 우선 정책을 편다는 게 중론이다.
지지 세력을 앞장세워 외곽을 확장시키는 순서를 밟는다. 참여정부 때도 그랬다. 당시 여당은 '4대 개혁 입법'에 올인 했다. 이중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신문법' 등 3가지 법안은 우여곡절 속에 빛을 봤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끝내 손질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수많은 집토끼가 떠났다.
구여권 인사는 "집권 여당이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실용이니 개혁이니 타협이니 하면서 오락가락한 게 결국 패착이 됐다."라고 돌이켰다. 최근 여권 흐름을 보면 다르지 않다. 감세 정책, 규제 완화, 재개발 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등 최근 들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책은 집토끼용이다.
그런데 결정적일 때 멈칫한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놓고 집권 여당이 보이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그간 각종 정책을 주도했던 여당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다. '당정 협의'를 강조해왔던 여당인데 유독 이 사안만은 '협의'도, '합의'도 아닌 정부의 '입법안'이라며 발을 뺀다.
'당론'이란 단어만 나오면 아예 손사래를 친다. '집토끼'를 잡고 싶지만 '산토끼'의 적잖은 비판이 귓전에 맴도는 탓이다. 문제는 이게 '습관'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집에서 산을 걱정하고 산속에서 집 생각을 하다 보면 되는 일이 없다.
산토끼도 못 잡으면서 집토끼마저 산으로 도망가면 그때는 후회해도 늦다. 선거를 앞둔 각 정당은 내부결속을 다지고 안정시켜 집토끼가 산토끼로 되지 않게 하고 산토끼 사냥을 나가야 선거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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